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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제주올레12코스] 녹남봉 정상에는 예쁘게 핀 작약과 백일홍을 볼 수 있다.

by 노니조아 2020.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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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4 30()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습관처럼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면서 하늘부터 올려다 본다. 날씨는 어제만치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데 이리 말고 청명할 수 있을까? 여행을 계획할 때 내심 날씨가 우리 여행을 도와주길 마음속에 한껏 기원한다. 가능하면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궂은 날씨를 줄지라도 사나운 폭풍 대신 가는 가랑비로만 내려주길 희망한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올레길 12코스 산경도예부터 용수포구 절구암까지다. 어제 우리 심신을 맑게 씻어준 무릉곶자왈을 벗어나 바다로 이어진 길을 한참 내달으면 신도포구에 이루고 여기서부터는 용수포구까지 바다를 끼고 걷는 코스다. 12코스의 핵심은 수월봉에서부터 생이기정바당길로 이어지는 해안길에서 쉬지않고 바라볼 수 있는 차귀도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아울러 수월봉 아래 지층이 시루떡처럼 켜켜히 쌓여있는 지질구조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2번을 타고 대정방면으로 달렸다. 오늘 올레길 들머리가 시작되는 녹남봉으로 가는 버스다. 올레꾼에게 이동수단은 오로지 두발과 버스다. 어제 버스기사에게서 들은 얘기로 현 제주도지사가 버스체계를 개편하여 욕을 좀 먹고 있다고 한다. 이유인즉 버스체계를 개편하는데 제주도비 1,000여억원을 썼다고 한다. 육지에서 건너오는 관광객을 위해 제주도민을 위한 예산을 허비했다는 이유다. 공공SOC는 원래 국비로 써야 하는데 아까운 제주도민이 낸 세금으로 썼다는 얘긴데, 관광객이 쓰는 돈도 상당 부분 버스노선 개편에 소요되지 않았을까?

 

한시간 가까이 달려 우리는 신도1리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올레길 종주를 위해 짐을 다시 고쳐 매고 걸음을 시작했다. 신도1리 정류장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녹남봉 오름이 보인다. 오늘 올레 들머리다. 10여분 오름길을 다그치니 이내 정상부에 당도했다. 여느 오름과 같이 정상부는 가운데가 움푹하게 꺼진 모습으로 잡풀과 잡목이 우거져있는 모습이어야 하는데 여긴 다르다. 작물을 키우려는 듯 제대로 가꾸어져 있다. 농막쪽에는 빨간 꽃들이 피어있고, 반대쪽으로는 잘 개간되어 있다. 일하고 계신 분께 조심스레 여쭈어 보았다.

 

선생님 저기 피어있는 빨갗게 핀 꽃은 무슨 꽃이죠?”

홍작약이라고 해. 요기는 홍작약이 심어져 있고, 저쪽은 백작약이 있고…”

선생님이 여기에 작물을 재배하시나봐요?”

아니, 꽃을 심어놨어. 여기 지나가는 분들 보라고 심어보는거여. 여 쪽엔 백일홍을 심었어. 담에 오면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어

 

초로의 어르신이 녹남봉 정상에 꽃밭을 가꾸고 계셨다. 한쪽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진 몽막도 있어 지나가는 올레꾼들의 땀도 들이면서 서쪽 신도포구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한껏 마실 수 있는 위치다. 어르신에게 인사를 건네고 녹남봉을 내려왔다.

 

12코스 중간스탬프지점인 산경도예는 녹남봉아래 마을에 있다. 시골 폐교를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 산경도예다. 살짝 내부를 들여다 보니 도자기들이 선반에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람의 기척이 전혀 없다. 지나가는 분들에게 감상하고 가시라고 열어놓을걸까?

 

산경도예에서 30여분 바닷내음이 이끄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하면 바닷가로 난 올레길을 만난다. 마을길 사이로 난 길 양쪽에는 집담과 밭담이 이어져 있고 돌담 아래에는 노란 민들레가 옹기종기 모여 우리를 반긴다. 바닷가에 당도해 우리 부부는 길 옆에 조성된 휴게벤치에서 휴식을 가졌다.

 

1653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하멜이 일본 나가사키를 가던 도중 태풍을 만나 제주도 서쪽 해안에 표착하였다고 한다. 바로 하멜일행 떠밀려와 제주관원에게 잡힌 곳이 이곳 신도리라고 하며 당시 태풍에 목숨을 잃은 선원을 위한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하멜에 의해 조선이라는 나라가 유럽에 소개된 것에 그치지 않고, 당시 조정이 적극적으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다면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어떠하였을까?

 

아내 지인분이 우리 제주 여행에서 사용하라고 휴대용 다기를 준비해주었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이겨가며 테이블 위에 아내는 다기를 셋팅하고 그윽한 차를 내어준다. 우리는 차 향의 그윽한 맛을 입안 가득히 가두었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보냈다. 아내는 더없이 행복해 한다. 다소 거친 여행이 될 올레길 순례에서 차향을 맛보는 호사로 우리는 잠시 팍팍해진 피로를 풀었다.

 

두시간 가량 걷다보니 배도 출출해져왔다. 마침 제주올레 홈페이지 12코스에 소개된 식당이 눈에 들어와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가격이 착한 메뉴로 정식을 주문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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