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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알리미/서울 둘러보기

한양도성 순성길, 신라호텔에서 출발, 목멱산을 지나 백범광장까지

by 노니조아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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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체육관에서 시작하는 한양도성 목멱산 구간은 두 개의 호텔을 에둘러서 이어진다. 신라호텔 동쪽으로 성곽이 둘러져 있고 성안길과 성밖으로 순성길이 순례자들을 반긴다.

 순성길은 큰길 신호등에서 장충체육관과 신라호텔 면세점을 바라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게 된다.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성곽 밖으로 난 순성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다가 신라면세점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성안길이다. 우리는 성안길로 방향을 잡았다.

 성안길은 야간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성안길이 신라호텔 사유지여서 개방하지 않는다. 면세점 건물을 지나자 정성스레 가꾸어 놓은 호텔 산책로가 성안길 옆으로 이어진다. 유명 작가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는 정원에는 전문 조경사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나무들이 가꾸어져 있다.

이런 산책로를 도성 순성길로 내어 준 신라호텔이 고맙다. 호텔 경내로 들어가지 못하게 철제 울타리가 가로막았지만 잘 다져놓은 순성길은 걷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다. 걸어가는 걸음걸음마다 마사토가 밟히면서 내는 바삭바삭하는 소리가 지루함마져 덜어준다.

 이따금 성채가 구비치는 구간에서 성밖으로 난 길과 마을을 굽어볼 수도 있다. 성밖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순성길을 따라 걷고 있는가보다. 카페들이 자주 눈에 잡힌다. 갤러리와 카페가 ‘의외의 조합’일까. 카페 이름 자체가 생경스럽다.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본다. 제법 걸었음을 짐작케 할 만큼 성곽이 길게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 붉은 벽돌이 모로 세워져있는 모습인 신라호텔 건물이 멀리서 우뚝하다.

신라호텔구간이 끝나면서 순성길 성곽도 끝난다. 반얀트리호텔을 가로질러 내려가면 국립극장과 남산순환길로 올라가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아침을 먹은지 꽤 시간이 흘러선지 배가 고파온다. 신라호텔부터 여기까지 오는 길에 먹거리를 해결할 만한 식당이 없다. 만약 성밖으로 길을 잡으면 요기를 해결할 만한 카페나 식당이 있으련만. 국립극장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늦은 점심요기를 때운다

요기를 마치고 국립극장 앞을 지나 남산길로 향한다. 국립극장에서는 해마다 정초에 마당놀이 공연을 두 달동안 해왔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취소되었는지 공연 정보를 접해볼 수가 없었다. 내년엔 마당놀이 공연을 볼 수 있어야 할텐데. . . .

신라호텔 순성길도 제법 걷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남산길은 봄나들이객들이 많이 붐빈다. 저마다 일행을 꾸려 바깥나들이 나온 나들이객 누구나 할것없이 마스크 방역에 동참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국민 백신접종이 완료되어 마스크를 벗고 야외행사를 치르기로 하였단다 우린 언제나 마스크에서 해방될까.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시행해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그 날이 올 수 있기를 빌어본다.

남산순환길 초입에서 백여미터 올라가면 순환길과 도성 순성길로 나뉜다.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올라오던 분들은 순환길로 간다. 우리는 순성길로 오르는데 초입에 들어서자 조선건국 초기에 축성한 성채가 나타난다. 자연에서 모은 돌을 성돌로 쌓아올린 모습으로 다른 성곽돌과 확연히 달라보인다.

성곽실명제 흔적이 보인다. 성곽을 축성할 때 구간마다 책임자를 임명하고 축조가 끝나면 책임자의 이름과 축성일을 성돌에 새겨놓은 흔적이다. 토목공사가 끝나면 시공사와 감리책임자를 명시한 명판을 잘 보이는 장소에 걸어놓는 것처럼.

순환길에서 시작한 계단을 600개 가까이 밟고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인다. 오늘 순성길 답사 출발장소인 동대문과 밀레오레가 아득하게 멀다. 중간부에 신라호텔이 서있고, 남산성곽이 가까이 다가온다. 여기서부터는 성곽길을 벗어나 잘 닦아놓은 등산로를 따라 남산타워가 서있는 정상으로 이어진다.

남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이 오랜만에 맑고 깔끔해보인다. 인왕산과 북악산 그리고 낙산이 두르고 있는 한양궁궐과 종묘가 아늑해보인다. 궁궐 앞으로 현대식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 서울은 외국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무엇으로 손짓하며 불러들이려고 할까?

남산타워가 서있는 정상에 당도했다. 쌀쌀한 오후 날씨지만 이마에 땀방울이 몽골몽골 맺힌다. 잠시 숨을 돌리고 정상 주변을 살핀다.

드디어 찾았다. 서울 중심점을 알리는 지적표시점이 남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조선시대에는 궁궐이 한양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으나 한강이남까지 개발되어 수도 서울로 편입된 현재에는 서울의 중심이 여기 남산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 중심은 지적측량의 원점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팔각정은 개보수중이라 공사용 가리막이 둘러져 있다. 조선시대 중추적인 통신 역할을 하던 봉수대는 관리인이 4인씩 묶어서 들여보내고 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나도 적극 동참해야겠다.

봉수대에서 백범광장으로 내려서는 길에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숭의동으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타려는 줄이었다. 서울살이가 20여년이 되어가는 데 남산케이블카를 타본적이 없다.
“귀촌하기 전에 케이블카는 타보고 갑시다”
아내의 말에 “그러지, 뭐”
헌데 남산타워는 올라가 보긴했나? 싶다. 서울을 떠나기 전에 해봐야할 게 많다. 롯데타워도 구경해야 하고. . .

급하게 경사진 계단을 내려서니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일제가 조선강토를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잡아끌던 중심인물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함으로서 독립운동의 불씨가 된, 안중근. 일본 법정에서 재판을 받으면서도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에 일본관리들마져 존경심을 갖게한 영웅이다. 뤼순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때 그의 나이는 겨우 31살이었다.

안중근의사가 서있는 옆에 “민족정기의 전당” 이란 글씨가 바위에 음각되어 있다. 일본 만주육사를 나와 만주에서 활동하는 독립의병 소탕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박정희의 휘호다. 조국 독립에 젊은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그 분의 동상 옆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두고 싶었던 그의 근시안이 안타깝다. 안중근의사의 명예에 얹혀서 가보고 싶었나? 부하의 총에 비명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동상 앞에는 의사가 남긴 절절한 조국애와 남아의 기개를 실감할 수 있는 유훈들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人無遠慮 難成大業 - 사람이 멀리 보지 못하면 큰 일을 이루기 어렵다.

見利思義 見危授命 -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치라.
그리고 오른쪽에는 ‘국가안위 노심초사’

동양대세 생각하니 아득하고 어둡거니
뜻있는 사나이 편한 잠을 어이 자리
평안시국 못이룸이 이리도 슬픈지고
침략정책 못고치니 참으로 가엾도다

뤼순감옥에서 조국의 독립을 성취하지 못한 회환을 절절하게 읊은 시다.

의사의 조국 독립을 갈구하는 절절함과 애국심에 갑자기 가슴이 저려온다. 이나라가 반듯하게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였던가?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나의 인생경로에 축은함마져 든다.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싶다.

헌데 안중근의사 기념공원을 벗어나니 이번엔 백범 김구주석과 이시영임시정부 부통령이 나를 노려본다. 두 분의 헌신과 독립운동을하시면서 겪으신 고초야 후손 그 누군들 모르랴. 날이 많이 기울었다. 차가와진 날씨에 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숭례문구간을 돌아볼 때는 여기 백범광장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광장을 벗어난다.

투어를 마무리하고 버스로 다시 출발지점으로 향한다. 광희문 밖에 유명 맛집, 신당동 떡볶이집으로 간다. 기왕 봄나들이 나온 김에 유먕 맛집에서 저녁을 먹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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