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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하늘에서 날아온 섬 비양도로 가다.

by 노니조아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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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주여행 둘째날.
어제 산행에서 얻은 감동을 간직한 채 둘째날 일정을 고민한다. 여행을 준비할 때 둘째날 일정은 한라산둘레길 1코스 트레킹인데 수정이 필요하다. 어제 영실로 하산하다 아내가 두어 차례 미끄러지면서 걷는데 불편함을 느낀다. 등로를 덮고 있던 눈이 햇빛에 녹아 급한 경사로는 미끄럼틀이 되어 아이젠이 전혀 작동을 하지 못해 미끄러지면서 인대쪽에 이상이 온거 같다.

한라산둘레길

한라산둘레길은 마무리되지 않고 현재진행중이다. 1코스 천아숲길을 시작으로 한라산 둘레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절물휴양림을 지나쳐 9코스 숲모르편백길까지 조성이 끝났다. 한라산 등산로 입구인 관음사를 지나 1코스 시작점까지 구간은 공사중으로 완공하려면 시간이 제법 남아있다. 지난 가을 예봉산-운길산 종주길에 만난 산객이 강력히 추천해주어 이번 여행에서 도전하려고 하였으나 둘레길 조성이 마무리된 다음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한림항에서 출발하는 비양도 배편은 왕복으로 구매한다.

하늘에서 날아온 섬, 비양도로 가다
한라산 등정과 올레길 종주를 마치면 제주도 여행이 끝날 것이라 했는데, 불현듯 제주도가 거느리고 있는 섬들 중에서 가보지 못한 섬이 있다는 생각에 미친다. 올레길 종주는 응당 가파도, 우도, 추자도를 거쳐야 하지만 마라도, 비양도 그리고 차귀도는 그러하질 못하다. 국토의 막내 마라도야 워낙 유명세라 오래 전에 다녀왔으니 차귀도와 비양도로 일정을 잡아본다.

“고려 목종 5년(서기 1002년) 산이 바다가운데에서 솟았는데 산에는 네 개의 구멍이 뚫리고 붉은물을 5일동안 내뿜다가 그쳤다. 그 물은 모두 용암이 되었다. 목종10년(서기 1007년) 서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 오르니 대학박사 전공지를 보내어 살피게 하얐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이 처음 솟아오를 때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고 땅이 천둥처럼 진동하였는데 일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개었다. 산높이는 백여장이고 둘레는 40여리가 되었다. 풀과 나무가 없었고 연기가 그 위을 덮었는데 마치 석류황같이 보였다. 사람들이 두려워 가까이 가려하지 않자 공지가 몸소 산아래까지 다가가 그 형상을 그려 바쳤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권38. 재주목) “

비양도가 고려초에 화산 분출이 있었다는 역사 기록을이 비양도항에 세워진 표지석 뒤에 새겨져있고, 2만7천년전 해수면이 낮아 육지이 딸려있는 비양도에서 화산분화가 있었다는 설명도 있다. 어찌되었든 제주에서 가장 늦게 태어난 섬임에는 틀림이 없나보다.

비양도를 가려면 한림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한다. 제주버스타미널에서 한림항까지 한시간 넘게 버스를 달려 한림항에서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내리니 9:00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에 시간이 촉박하다. 버스정류장을 한림항 앞에다 만들면 여간 좋으랴. 10분가량 뛰고 걷고 하여 가까스로 한림항에 도착해 승선권을 구매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비양도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승객들을 따라 배에서 내려 걸어가는 데 사람들이 비양도 안내판 앞에 모여있다. 우리도 그들 뒤에 서니 비양도 안내 해설사가 관광 코스와 꼭 보고 오셔야 할 명소에 대해 깨알같이 설명해주고 계신다. 보통 해설사는 관광객을 이끌고 다니면서 명소 앞에서 설명을 해주는데 비양도에는 해설사가 한분인가보다. 안내판 앞에서 설명을 해주고 나서 출발하란다. 다음 배에서 내린 섬 방문객에게 설명을 해주어야 한단다.

가장 먼저 추천받은 명소로 천천히 이동한다. 비양도 한가운데 솟아있는 등대를 다녀온 다음 섬을 한바퀴 도는데 넉넉히 잡아도 한시간이면 족하다고 한다. 비양오름길 탐방로 앞에서 시작하는 나무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오르니 등대로 가는 길이 양갈래로 갈라지고 그중 왼쪽으로 난 길은 막혀있다. 등대까지 오르는 왼쪽길은 험한 구간이라 사고 위험이 있어 막아놓았다.

비양도 핫스팟 대나무 숲길
오른쪽으로 난 언덕을 큰 원을 그리듯 올라가는데 경기도에서 혼자 여행온 젊은 처자가 올라갈 생각은 않고 바다를 향해 DSLR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른다. 좁다란 오솔길 양 옆으로 가늘고 키가 훌쩍한 대나무가 터널을 만든어놓은듯 하다. 대나무 터널 끝에다 푸른 바다를 집어넣은 모습을 담고 있는듯 하다. 비양도로 오는 배 상갑판에서 혼자 사진을 찍고 있던 처자였는데 나이만 맞으면 우리 아들과 연결해주면 어떨까 욕심을 슬쩍 비춰본다.

산 마루에 하얀 등대가 서있다. 한림항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20분이면 족하다. 청명한 날씨에 햇살을 머금은 바다는 그지없이 푸르다. 등대를 중심으로 한바퀴 돌면서 크게 숨을 들이켜서 새큼한 바다 내음을 마셔본다. 등대 서쪽으로는 거칠게 없는 망망대해가 펼쳐져있고 동쪽으로는 한라산이 나지막히 누워있다.

등대로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니 바다 건너 협재해변과 삼방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 햇살을 받는 곳에 마치 섵뚜겅을 덮어놓은 제주도와 한라산 마루금이 역광을 받아 흐릿하게 보인다. 올라오던 길을 되짚어 섬둘레길을 돌아보기 위해 내려가기로 한다. 사진에 취해있던 처자는 아직도 올라오질 않는다.

다시 대나무숲 터널에 도착하니 사진찍는 처자는 아직도 촬영에 빠져있다. 아내 모습을 터널에 넣고 폰카로 사진을 찍으려니 아내 몸에 측광을 고정하고 찍으면 하얀색 배경이 푸른 바다로 채워져 사진이 한결 멋지게 나온다고 알려준다. 역광으로 인물은 선명하지 않지만 전체적인 구도 채색에 도드라움이 더해진다.

비양도해안길에서 공룡알을 찾아봅시다.
비양도 등대를 내려와 해안길로 들어선다. 비양도길이란 이름이 붙여진 해안길 한바퀴가 약 2.5키로. 섬 안내도에 11개의 스팟 중 해설사가 권장한 핫스팟은 세 곳. 코끼리바위와 공룡알, 애기업은 돌 그리고 펄렁못 습지다. 배가 도착하는 곳에만 마을이 형성되 있고 약 160여 주민이 모여산다. 마을에서 왼쪽으로 안 해안길을 따라 나선다.

비양도 스팟 1번 해안언덕과 등대가 마을을 벗어나는 것에서 우릴 반겨준다. 밀물이라 등대옆 해안언덕은 정수리 부분만 살짝 드러나있고 갈매기들이 오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썰물때는 꽤 넓은 화산암 언덕이 보인다고 한다.

마을을 벗어난 곳 언덕받이에 치안센터가 자리하고 있고 치안센터와 해안길 단애에 아아용암지대가 나온다. 꿀처럼 끈적한 용암이 천천히 흐르면서 만든 볼록한 용암지형의 단면이 노출되어 있다. 제주도가 화산분화로 생긴 섬이지만 비양도는 제일 마지막에 분화하면서 생긴 섬이라 본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지형이다.

새들의 보금자리 코끼리바위와 공룡알
비양도 서쪽 바다에는 용암이 흘러내리다 바다물을 만나면서 급냉해 굳어버린 크고 작은 섬들이 흩어져 있다. 섬중에서 새들 배설물로 눈이 녹지 않고 남아있는 것처럼 하얀 섬이 서쪽으로 긴 코를 바다에 박고 서있다. 코끼리바위란 이름에 걸맞게 코끼리를 닮았다.
그리고 섬에서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몽글몽글 공룡알이 찰랑이는 바닷물에 출렁이지 않고 앉아있다. 해설사 설명에 따르면 썰물이면 공룡알 모습이 오롯이 보인다고 한다. 오늘은 물때가 그닥 맞지 않은 날이지만 그래도 실망스런 정도는 아니다.

애기업은 돌을 찾아서.
호니토는 용암류 내부의 가스가 분출하여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로 보통 내부가 빈 굴뚝 모양을 이루며 이곳에서만 관찰된다. 비양도에 분포하는 40여개의 호니토 중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호니토는 높이 4.5m, 직경이 1.5m로, 애기 업은 사람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애기 업은 돌'로 불리는운다.

바다에 솟아있는 바위는 대개가 바닷물에 깎이거나 바람에 풍화되어 형성되는 데 비양도 북쪽에 서있는 호니토는 용암 속의 화산 가스가 분출하면서 형성된 아주 희귀한 화산이다. 비양도만이 가지고 있는 호니토가 비양도 핫스팟 두번째가 아닐까.

해안길 마지막은 펄랑못.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형성된 습지라고 한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습지의 수위가 높아지고 낮아지고 한단다. 습지 안에는 다양한 식생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철새 서식지 역할을 한단다.

해안선을 일주에서 꼭 보고와야할 숙제를 마치고 다시 출발점인 마을로 돌아왔다. 배가 들어오는 부두를 방파제가 감싸안고 있고 넓은 공지에 드라마 ’봄날‘촬영지를 알려주고 있는 조형물이 보인다. 고현정과 조인성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기억에 없다. 뱃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볼거리도 많고 천천히 걸으면서 휴식을 갖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진 섬, 비양도와 해어질 시간이다. 대나무숲, 코끼리바위 그리고 애기업은 돌, 호니토. 이들보다 더욱 우리를 잡아끄는 힘은 바로 쪽빛 바다와 앙증스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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