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샤려니숲길에 가랑비가 내린다

by 노니조아 2023. 2. 23.
반응형

빗속을 걷는다, 샤려니 숲길을. . .
우연의 일치일까? 2023년 제주여행 마지막날 여정으로 샤려니숲길을 걷기로 한다. 2017년 5월 5일 여기 샤려니숲길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않아 가랑비가 흩뿌리더니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가 굵어지는 바람에 비를 흠뻑 맞으며 걸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겨울에 다시 찾았으면 맑게 개인 모습으로 보여줄만도 한데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빗방울이 흩뿌린다.

봄에 여길 찾았을 때는 조붓한 산책로 양 옆엔 푸르고 싱싱한 나무들이 젊음을 한껏 뽐내었었다. 겨울에 찾아와보니 푸르게 젊음을 자랑하던 나뭇잎들은 온데간데 없고 앙상한 가지만 데리고 서있다. 그래도 겨울이라 황톳빛 오솔길 위에 하얀 눈이 덮여있어 사뭇 정갈스럽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 혹은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으로 붙여진 샤려니 숲길을 거닐면 상쾌한 삼나무 향에 포개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비자림로 입구에서 숲길로 들어서면 길 옆에 다양한 식생의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들이 숲을 이루고 샤려니오름 방면과 붉은오름 방면으로 갈라지는 물찻오름을 지나면 하늘로 쭉쭉 뻗어오른 삼나무지대로 변한다.

샤려니 숲길은 한라산둘레길 7코스
비자림로에서 시작하는 숲길로 물찻오름과 사려니 오름을 거쳐가는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이지만 대부분 붉은오름까지 10키로 구간을 걷는다.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기에 샤려니 숲길이라 붙여진 만큼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16키로정도의 샤려니오름 방면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지금 한창 조성중인 한라산 둘레길 7코스가 샤려니 숲길을 품고 있어 앞으로 여길 찾는 방문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샤려니오름 방면은 현재 탐방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오늘은 하는 수없이 붉은오름 방면 짧은 구간을 걷기로 한다.  빗줄기가 성긴듯하여 그냥 맞아가며 걸을 수 있었는데 물찻오름에 다다를 무렵부터는 옷을 적실정도로 제법 내린다.

물찻오름에 오르려면 좀 더 기다려야
물찻오름은 오름 정상 굼부리에 물이 드러찬 산정호수를 보듬고 있어 용눈이오름과 함께 많은 탐방객을 유혹하였으나 2008년 휴식년이 시행되면서 찾아오를 수 없다가 작년말에 휴식년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에게 개방되지 못하고 있다. 탐방로 정비가 끝나야 일반인에게 발길을 들일 수 있다고 한다.

길은 물찻오름을 크게 오른쪽으로 감아돌아간다. 여기서부터는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삼나무군락이 길 양옆에 도열하듯 쭉 이어서있다. 삼나무 사이로 난 길도 반듯하게 이어진다.

비는 여전히 가늘게 뿌리고 있다. 숲길을 덮고있던 하얀 눈도 점차 엷어지더니 아예 숲속으로 물러나있고 길은 황토빛 맨살이 드러내고 있다.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나뭇가지엔 아직까지 새싹이 돋아날 기미가 없지만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붉은오름 출구엔 다양한 길이 조성되있네.  
밋밋한 오름길이 나오는 걸 보니 오늘 트레킹 출구가 가까워졌나보다. 여전히 길 양옆은 하늘로 솟아있는 삼나무 천지다. 길 오른쪽에 미로숲길 안내판이 서있고 그 뒤로 나무데크길이 이어진다. 비가 주척이지 않으면 미로길로 들어가 피톤치트를 한껏 마시며 걷고 싶지만 비를 피하는게 상책.

조금 더 나아가자 이번엔 무장애나눔길과 출구가 엇갈린다. 결국 무장애나눔길로 들어서니 나무둥치가 엽록소를 한껏 피워올리듯 녹색으로 두르고 있다. 나무데크를 따라 걷고 있는데 중간중간 쉼터와 아이들용 자연놀이기구들까지 만들어져 있다.

하늘로 뻗어올라간 삼나무 숲길에 취해 잠시 길 한 켠에 비켜서서 크게 심호흡을 들이마시면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을 새척해본다. 대략 10키로정도인 샤려니 숲길은 간편한 복장으로 천천히 자연과 대화를 나누거나 아무런 생각없이 걷기에 정말 매력적인 길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