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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한라산종주는 관음사-백록담-사라오름-성판악 코스가 역시 다이나믹해!

by 노니조아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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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한라산 등정
2023년 제주도 여행 3일차는 한라산 등정이다.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하얀 눈으로 덮인 한라산 등로를 걷는데 포커스가 맞춰졌다. 한라산 정상에 오르려면 먼저 탐방로 예약이 선결되어야 한다.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여러차례 시도끝에 관음사탐방로 예약에 성공하자 곧바로 항공권과 숙소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제주도로 날아왔다.

제주버스 342번 475번 기사님 감사합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른 아침으로 토스트와 쥬스를 마시고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서 제주대학교까지 가는 버스에 올랐다. 제주시청에서 관음사주차장까지 운행되는 버스가 없어 제주대학 가기 전 제대마을 정류장에서 갈아타야 한다. 제주대학과 관음사주차장 노선을 운행하는 475번 버스 배차간격이 한시간이다.

눈에 덮인 한라산 정상이 바라보아는 관음사 주차장

제대마을 정류장에 342번 버스가 정차하려는데 맞은편에서 475번 버스가 막 출발하려 한다. 내 등산복차림으로 보아 관음사로 가는 승객임을 직감하신 342번 기사분이 막 출발하려는 475번 버스를 신호를 주어 세워준다. 급한 마음에 경화없이 카드찍고 내리면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다. 475번 버스에 오르면서 고마움을 표하자 “저 기사분에게 고맙다고 하셔야죠” 하신다.
2월 5일 7:30분경 제대마을로 운행하신 342번 475번 버스기사님 고맙습니다!!

07:45분 관음사에서 등산을 시작하다.
기사님 덕분에 당초 계획한 시간에 등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이젠을 장착하고 길이를 조절한 스틱을 들고 탐방지원센터로 가 마치 입국수속하듯 탐방로 입장절차를 밟은다. 탐방로 예약뒤 받은 QR코드를 찍고 신분증을 확인하면 한라산 입산절차 끝. 등산 시작 전에 몸을 풀어주어야 하는데 그냥 출발했으니 페이스를 천천히 가져가며 워밍업을 한다. 등로 초입은 경사없이 평평하고 두툼하게 눈까지 덮혀있어 마치 뒷동산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다.

그동안 한라산 백록담 등정을 4번 도전해 3번 성공하였다. 유일한 실패가 첫번째 등산이었는데 11월 중순임에도 세찬 바람과 악천후여서 정상 바로 직전에 포기하고 내려왔다. 짙은 눈구름에 앞으로 볼 수 없는 지경이라 백록담에 올라본 들 아무것도 볼수 없다고 산행대장이 철수를 결정하는 바람에. 4번 모두 성판악을 들머리로 하였기에 관음사에서 꼭 올라보고 싶었다.

관음사코스는 짧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다.
관음사코스는 상판악코스에 비해 시작점 해발고도도 낮고 길이도 짧아 상대적으로 힘들게 보인다. 산행 들머리에서 탐라계곡 목교까지 3.2키로는 편안하게 산책하듯 오를 수 있지만 목교에서 삼각봉대피소까지 2.8키로는 700여 미터되는 고도를 계속해서 높여가야 한다. 탐라계곡 목교까지 밋밋하지만 그나마 올라온 고도를 아래로 푹 꺼진 내리막으로 모두 날려버린다.

탐라계곡 목교를 건너자마자 급경사 계단이 기다린다.

탐라계곡 나무다리를 건너자마자 이내 다가온 절벽같은 나무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부터 제대로인 산행이 시작된다. 한계단 한계단 밟고 오르는데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나무로 된 급경사를 오를 때는 상체를 앞으로 굽히고 계단 숫자를 세면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발을 옮긴다. 그래야 지루하지 않고 숨도 덜찬다. 계단을 모두 오른 다음에는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며 크게 숨을 들이쉬며 호흡을 고르고 나서 산행을 이어간다.

개미등허리 지나가기 왜이리 힘든가.
하늘에서 보면 목교에서 삼각봉대피소까지 모습이 마치 개미몸둥이같이 보인다 하여 이 등로를 개미등이라 불리운다. 이 능선길은 경사진 길을 계속 올라야 한다. 등로 한켠에 비켜서서 가쁘게 차오른 숨을 고르는 산객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오른다. 이렇게 오르다보면 비슷한 산행 페이스를 가진 낯익은 산객들과 자주 순위 바꿈질을 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 반가량 지날무렵 등로 한켠에 해발고도 1,000미터를 알려주는 고도표지석이 반겨준다. 관음사 입구 고도가 해발 620미터니 약 400미터를 고도를 높였다. 삼각봉대피소가 1,500미터니 앞으로 가야할 길이 태산이다. 힘을 쏟으며 오르는 산행의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아직까지 힘에 부쳐 괜히 산행을 시작했나 하는 후회는 없다.

해발 1500미터에 군락을 이루는 개미목 소나무 군락.

개미등 중간부부터는 등로 옆에 서있는 나무들 수종이 소나무로 바뀌었다. 큰 키를 자랑하듯 하늘로 쑥 자라오른 소나무가 듬직해 보인다. 소나무 둥치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두껍고 굵은 껍질이 아니고 얇고 붉은색을 띠고 있다. 궁궐 건축재로 쓰이는 금강송만큼이나 한라산 개미등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곧고 단단한 육질을 자랑한다고 자료에 나와있다.

관음사코스의 마지막 관문 삼각봉대피소. 겨울엔 12:00까지 통과해야

삼각봉대피소에서 정상공략을 위해 휴식
소나무에 취해 그다지 어렵지않게 오르니 뽀족한 삼각봉이 올려다 보이는 삼각봉대피소에 도착한다. 먼저 올라온 산객들이 준비해온 라면이나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갖고있다. 관음사 들머리에서 예까지 2시간 반가량 걸렸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양지바른 자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갖는다. 당보충을 위해 준비한 자유시간과 쿠키를 커피와 함께 천천히 먹으며 내려다보이는 제주도 해안선을 바라본다.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눈에 잡힌다.

용진교에서 바라본 왕관릉과 뱡풍바위

용진교에서 왕관릉까지 오름길이 압권
힘겹게 고도를 높여가며 올라왔는데 다시 한참을 내려가는 길이다. 탐라목교야 짧은 내리막인데 반해 삼각봉에서 용진교까지 내리막은 길고 깊다. 그동안 높여온 해발고도를 절반이나 까먹는 기분이다. 용진교를 건너는데 사람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다리 상판을 로프가 잡고 있어 어쩔수 없는 출렁다리를 연출한다. 다리를 건너 평지 등로를 걷다보면 용진각 대피소터가 나온다. 태풍 나리에 대피소 모두 날라가 지금은 빈 터만 남아있다. 용진각대피소를 대신해 삼각봉대피소를 지었다고 한다.

왕관릉 전망대에서 제주공항을 내려다볼 수 있다.

용진각대피소터에서 시작되는 오름계단은 왕관릉전망대에서 비로소 끝난다. 약 20분간 쉼없이 올라가야 하는 급경사 계단은 처음 한라산을 오르는 등린이에게는 정말 악소리를 내게 할 정도로 힘들다. 오르는 나무계단에 시선을 내려뜨리고 천천히 그러나 쉬지않고 오르니 어느덧 왕관릉 전망대가 기다린다.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 그리고 가까이 보이는 제주공항까지 조망되는 탁트인 전망에 오르면서 쏟아낸 땀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 추자도까지 시계가 트여있다.

정상에서 등정기념 인증샷은 필수!
왕관릉전망대 주변에 수명을 다한 구상나무 고사목들이 시린 북서풍 찬바람을 맞고 서있다. 그 사이로 난 눈길을 밟고 백록담을 향해 걷는다. 거칠고 굵은 암벽이 눈에 들어온다. 백록담 분화구를 에두르고 있는 암봉이 가까워지고 있다. 왕관릉에서 20여분정도 등로를 따라 오르면 나무 계단이 나와 안심하는 순간 드뎌 정상에 올랐음을 알수 있다. 성판악과 관음사 분기점을 알리는 표지목이 나오고 뒤를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백록담 분화구가 기다리고 있다.

분화구 바닥은 눈이 녹지않은 채 깔려있고 갈수기보다 많은 호수의 물은 차가운 기온을 말해주듯 얼어있다. 백록담 인증샷 대기줄은 성판악에서 올라오는 등로에 길게 늘어서 있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등정이라 인증샷은 건너뛰기로 한다. 백록담을 폰카애 담고 내려가려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준비해온 라면을 먹을까 하다가 정상석 건너편을 보니 삼지창 모양을 한 백록담 정상목에는 대기열이 거의 없다.

그래도 정상에 올랐으니 내얼굴이 나오는 안증샷은 있어야지 하고 얼른 짧게 늘어선 대기줄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뒤에 계신 산객에게 폰을 건네 인증샷을 부탁하고 그분들 인중샷도 품앗이로 찰칵. 이번이 세번째 등정인데 하늘이 보우하사 항상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얻는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라산은 왜 없는걸까. 그렇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일출은 산행통제로 볼 수가 없어선가보다.

눈이 쌓여있는 백록담 분화구.

정상에서 아쉬움을 백록담 호수 바닥에 남기고 하산을 서두른다. 관음사에서 7:45분 출발해 12:00에 정상에 도착했으니 대략 4시간 가량 걸린 셈이다. 가슴이 터질만큼 힘겹게 올라올 정도로 어렵지 않았으나 성판악 기점보다는 힘이 더 드는게 사실이다. 특히 마지막 왕관릉 오름길이 가장 힘들었다. 백록담을 다시 한번 내려다 보고 하산길에 오른다.

진달래대피소 내려가는길에 운해가 깔려있다.

성판악 하산길에 운해가 맹렬히 피어오른다.
진달래대피소로려가는 나무계단 위에는 눈이 녹아 맨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올라오는 산객들이 헉헉대며 얼마나 남았냐고 묻기도 한다.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정상이 기다리니 조금만 참으세요” 하고 답을 준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계량적 수치로 답해드리면 어느 분은 실망하고 어느 분은 속았다 할 것이니 그냥 참고 가시라 답해드렸다.

별다른 어려움없이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했다. 관음사코스 마지막 관문 삼각봉대피소가 있으면 성판악코스엔 진달래대피소가 있다. 여기서도 백록담에 오르려면 12:00 전에 통과해야 한다. 이미 12:00를 넘긴 시각이라 하산객들이 일행들과 함께 점심을 나눠먹고 있다. 다섯시간도안 이어진 산행에 배고픔 신호가 온다. 땀을 흘리며 정상에 오른 뒤 너럭바위 한켠에 앉아 라면에 뜨거운 물을 넣고 기다리는 3분동안의 행복은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화산암 잔돌들이 눈으로 덮여 하산길 걷기가 수월하다.

눈덮인 등산로가 훨씬 수월하다.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가진 뒤 하산길에 올랐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속밭까지 등로는 크고 작은 바위와 하산돌들을 밟거나 피해가며 한줄로 걸어야 한다. 화산돌을 잘못 디뎌 발목을 접찔리거나 미끄러져 무릎을 다칠 수도 있는게 한라산 하산길이다. 하지만 등로가 푹신하고 하얀 눈이 돌과 바위를 덮어버려 걷기에 매우 수월하다. 산객들이 별로 없는 구간은 마치 트랙 위에서 조깅이라도 하고픈 욕구마져 올라온다.

호수가 꽝꽝 얼어버린 사라오름

사라오름을 온전히 느껴본다.
관음사에서 올라오면 한결 여유롭게 사라오름을 즐길 수 있다. 사라오름 호수 주변에 조성된 산책길을 걸어볼 수 있고 사라오름 전망대에 올라 돈내코에서 서귀포 앞바다까지 펼쳐진 경관을 감상하거나 백록담 남벽을 올려다볼 수 있다. 지난 가을 성판악에서 출발해 시간이 다소 여유가 있었음에도 진달래대피소 통과 제한시간을 맞추려는 조급한 마음에 사라오름 입구에서 잠시 호수만 내려다 보고 발길을 돌렸다.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올려다 본 정상모습

2017년 산행때는 아예 사라오름에 오를 생각조차 가져보질 못하고 지나쳐버린 적도 있다.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백록담 정상을 올려다 보고 있는데 서귀포 앞바다에서 멀려온 구름이 앞을 가린다. 정상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구나 하는 실망도 잠시, 갑자기 구름이 벗겨지고 느리게 흐르는 능선 위에 백록담 남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등산로를 벗어나 사라오름 전망대까지 감상하고 내려오는 데 대략 30분 정도 사용한 거 같다. 철쭉이 흐드러질무렵 다시 한라산을 찾을 때 30분을 감안하여 산행계획을 짤 수 있게 되었다.

한라산종주 인증은 지난 초겨울 인증으로 대체
사라오름에서 내려오니 남은 건 오로지 빠른 걸음으로 성판악까지 하산할 일뿐이다. 남아있는 5.5키로 하산길을 논스톱으로 거의 질주한다. 등로에 쌓인 눈이 동네 뒷산 산책길만큼이나 수월케한다.

불과 두시간만에 성판악탐방로 입구를 통과한다. 산행을 마친 산객들은 정상에서 휴대폰으로 획득한 등정인증 코드를 인증서발급에 입력해 받은 인증서를 들고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지난 초겨울 산행에서 종주인증을 이미 받았기에 아이젠과 스틱을 정리해 배낭에 넣고 제주시청행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에 올라 오늘 산행한 궤적을 Relive 어플에서 내려받아 확인해보면서 관음사코스로 한라산을 오를 때 좋았던 점을 정리해본다. 관음사코스는 지루하지 않다. 탐라계곡에서 시작하는 긴 오름길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특히 삼각봉에서 왕관릉까지 구간은 아주 다이나믹하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유감없이 조망할 수 있다. 또한 하산길에 사라오름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사라오름 전망대까지 이어진 데크길을 돌면서 고요한 호수를 만끽하고 전망데에선 백록담과 서귀포를 조망할 수 있다. 앞으론 한라산에 오르는 분에게 관음사코스를 추찬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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