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촌 구석구석/유럽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12일차, 돌로미티 심벌이자 No1픽 트레치메를 가다 - 2

by 노니조아 2024. 8. 31.

105 트레일로 하산은 무리?
101번 트레일은 트레치메 세 개 봉우리 아랫자락을 따라 갇는 길이다. 그에 반해 105번 트레일은 봉우리에서 제법 멀리 돌아가는 길이라 웅장한 세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걷는다. 로카텔리산장 앞에 마치 운동장처럼 널따란 바위지대 끝자락부터 내리막이 시작된다.

왼쪽의 그늘진 낭떠러지에 지그재그하산길이 있다

가파른 하산길에다 잔돌들이 널브러져 있어 미끄러질 염려를 피하려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었다. 경사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드물게 초지가 펼쳐져있다. 초지를 가로질러 걸어가면서 물이 고여있는 곳을 찾아 열심히 두리번거려 본다.

로카텔리산장에서 바라본 트레치메

트레치메를 카메라에 담는 또 다른 방법
세 개의 봉우리가 모여만든 트레치메산군은 다른 산과 연이어 붙어있지 않고 따로 뚝 떨어져 있다. 엇비슷한 키룰 자랑하는 세 봉우리 그 자체도 웅장하면서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뽐내지지만 앵글 속에 다른 군더더기를 넣지 않고 탁월한 사진을 다양한 각도에서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105 트레일 주변의 호수면에 비친 트레치메 모습

초지길에서 잠시 벗어난 곳에 작은 물웅덩이가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수면에 잠겨있는 반영사진을 좋아하는 내게 물웅덩이 존재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물 속에 잠들어있는 세 봉우리에 반해 카메라 앵글을 여러 각도에서 잡아본다. 뒤집어도 보고, 가장자리를 집어넣었다가 빼보기도 하고

트레치메 트레킹을 잠시 잊어버린 듯 사진을 찍는데 몰두하먄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티없이 푸른 하늘 위로 당당히 서있는 트레치메를 호수 위로 끌어낸 모습을 화각에 담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해 본다.

트레치메엔 햇빛을 피할 곳이 하나도 없다..
105 트레일 중간지점이 이르니 트레치메가 정면으로 다가온다. 로카텔리산장에서 바라볼 때는 옆으로 비껴선 모습이었는데 여기선 세 봉우리가 나란히 서서 나를 반겨준다. 로카텔리에서 한참을 내려왔으니 다시 오르막을 지쳐야 한다. 날씨가 정오를 향해가는 태양에서 내뿜는 열기에다 오름막길에 힘을 쏟아내느라 몸이 덥혀질대로 달궈진 터라 땀이 비 오듯 한다. 바람막이 안에 두세 겹으로 입은 웃옷을 벗어 배낭을 집어넣고 면티 하나에 바람막이만 걸쳤는데도 덥다.

들이 녹아내려 개울을 가득 채우며 흐르고 있다. 맑디 맑은 물에 손을 담가보니 뼛속까지 시리다. 트레치메 산군 깊은 곳에 안주인 행세를 하는 로카텔리산장이 6월 말경에 문을 열어 10월 말에 문을 닫는 이유는 바로 눈이 쌓였다가 녹아내리는 시기에 맞춘 게 아닐까? 얼굴에 뚝뚝 떨어지는 땀을 씻어낼 겸 세수를 하고 눈을 들어 트레치메를 바라본다. 트레치메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에는 햇빛을 가릴 곳이 산장밖에 없다. 트레일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나무 한그루 만날 수가 없다.

105 트레일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서 바라본 트레치메

트레치메 트레킹은 아우론조산장에서 시계방향으로
105 트레일도 거의 마무리되어 간다. 뒤를 돌아보니 로카텔리산장이 까마득히 보인다. 따로 떨어져 보이던 세 봉우리가 어느덧 겹쳐지다가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암봉으로 변해버린 모습으로 다가온다. 시간을 보니 105 트레일에서 보내 시간이 꽤 길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걷는 길이 상당히 힘겨운 데다 고도가 높아 오름길에선 급해진 호흡을 가다듬느라 느리게 걷다가 결국 주저앉아 쉬는 걸 반복한 결과다.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온다면 105트레일로 시작해 101 트레일로 도는 시계방향의 트레킹으로 해야겠다. 초반에 체력이 있을 때 상대적으로 길고 오르내림이 큰 105 트레일을 따라 로카텔리산장까지 걸어가 휴식을 갖고 돌아오는 길을 101 트레일 평이한 길을 선택하는게 탁월한 트레킹 방법이지 않을까..

트레치메 서쪽 끝을 돌아 주차장으로 가는 길. 저 아래 보이는 호수가 바로 미주리나호수

트레치메 트레킹이 벅찬 감동을 안고..
트레치메를 두르고 있는 트레일을 완전 일주하고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다리가 때로 후들거리고 이따금 가슴이 답답하였지만 푸른 하늘 뜨거운 태양 아래 바짝 마른 트레치메 세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한 바퀴를 온전히 돌고 나니 가슴에 뭔가가 훅 하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오늘 이 트레킹을 위해 일기예보를 수시로 점검하고 때때로 만난 여행객에게 이곳 상태를 확인하고 마침내 오늘 그 일정을 잡아 이른 아침에 주저없이 차를 몰아 이곳에 왔고 벅찬 감동 속에 트레킹을 마친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잠시 도로를 벗어나 들꽃이 피어있는 초원지대를 걸어본다. 할미꽃과 유사한 들꽃이 내 힘든 트레킹을 위로하듯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준다. 총 10km를 대략 4시간을 조금 넘게 걸려 완주하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