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마지막은 파쏘 지아우다. 돌로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여러 고개(Passo)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파소 지아우를 들르지 않고 여행을 마칠 수는 없었다. 트레치메 트레킹에서 돌아와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차를 몬다.
숙소가 있는 바디아에서 파쏘 팔자레고를 지나 코르티나 방면으로 20여분 내려가다가 파쏘 지아우 표지를 따라 SP638 우측 길로 빠진다. 도로는 돌로미티 어디를 가든 만나게 되는 헤어핀 도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파쏘 지아우를 상징하는 암봉 아랫자락에 이르는 암봉을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걸어가면서 뒤를 돌아보면 우리가 차를 몰고 올라온 길 반대편으로 거대한 바위산이 연이어 서있고 발아레엔 민들레가 지천이다. 오전에 트레치메 트레킹을 하고 온 터라 짧은 길인데도 힘이 든다.
마지막으로 지아우에서 우리 부부의 마지막인증샷을 남기고 숙소로 향한다. 팔자레고로 올라가는 데 자전거 라이더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오름길을 페달질이다. 숙소에 도착해 마트에서 준비한 와인과 소고기로 마지막 만찬을 하고 내일 출발을 위해 캐리어를 정리한다.
2024. 06. 19. 13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숙소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은 뒤 편안한 잠자리와 맛깔스러운 아침을 챙겨준 모니카에게 작별인사를 나눈다. 가격대비 시설과 서비스가 기대를 훌쩍 뛰어넘을만치 만족한 숙소다. 담에 다시 돌로미티를 방문한다면 가장 먼저 예약할 숙소 0순위에 올려놓는다.
8시 반쯤 숙소에서 출발해 파쏘 팔자레고와 코르티나 담페초를 지나니 산악지대를 벗어나게 되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제한속도 130킬로로 달린다. 렌터카를 예약할 때 왕복으로 했기에 베네치아 메스트레로 달린다.
렌터카를 밀라노공항에 반납하지 않은 이유
렌터카를 반납하고 기차를 이용해 밀라노로 이동한다. 대한항공은 밀라노로 취항하고, 베네치아는 아시아나항공만 취항한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구매하였으니 어쩔 수 없이 밀라노로 가야 한다.
물론 렌터카 반납을 밀라노공항으로 할 수도 있었는데 돌로미티 예약한 숙소에서 밀라노까지 운전시간이 만만치 않다. 공항에 반납하고 다시 시내로 이동해 두오모성당을 투어하고 다시 공항으로 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에다 렌터카 편도운송비용까지 고려해 볼 때 베네치아에서 고속열차로 이동하는 게 보다 경제적이었다.
밀라노 두오모성당을 스쳐가다.
약 두시간가량 달린 고속열차는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우릴 내려준다. 귀국편이 저녁 열 시에 출발하니 대략 두 시간 남짓 여유시간이 있다. 두오모성당을 다녀올 정도 시간이다. 2001년 아이들과 함께 여행할 때도 두 시간의 여유를 누린 곳이 바로 밀라노.
밀라노 중앙역에 케리어를 맡기고 지하철로 이동한다. 중앙역에서 지하철로 6개 정거장이 거리여서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하늘로 솟아있는 첨탑이 눈에 들어온다. 600년에 걸쳐 축조된 성당의 위용과 규모를 가히 충족할 만하다. 역시나 여기도 피렌체, 로마 못지않게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성당 중앙정문에는 성경 구절에 담고 있는 주요 사건을 동판화 격자로 새겨넣었다. 그중에서도 예수 수난기 같은 장면엔 사람들이 그 판화에 손을 얹고 기도를 올려선지 녹이 다 닳아서 윤기가 흐른다. 우리도 그들처럼 녹이 벗겨진 판화 위에 손을 얹고 찰깍!
13일간 이태리여행 소감?
두오모성당을 주마간산으로 훑고 밀라노역으로 돌아가 공항행 버스에 오른다. 이제 밤 열시에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여행이 마무리된다.
오롯이 열흘이 넘게 유럽을 여행한 게 무척 오랜만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서유럽 4개국을 다녀온 이후니 두 번째요, 아내와 둘에서 유럽은 처음이다.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응축해 보자면,
“그놈에 코로나!!! “
이번 여행을 준비한 게 2019말이었다. 2020년 5월 결혼기념일 전후해 12일간의 이탈리아 자유여행을 기획하고, 항공, 숙소, 렌터카등을 모두 예약해 놓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글로벌 팬데믹으로 폭증하며 전 세계가 빗장을 거는 바람에 우리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의 아쉬움이 아쉬움으로 묻어둘 수 없어 이번에 여행을 감행하고야 말았다.
1. Overtourism? 유럽은 몸살 중.
이름난 명소엔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이 넘쳐난다. 핫 스팟을 배경삼아 우리 둘만 나오게 사진을 찍는 건 애초부터 생각도 못한다. 바티칸박물관, 트레비분수, 스페인계단, 피렌체 대성당, 베네치아 골목길 등등 걸어 다니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다. 헌데 이처럼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곳에 우리가 함께 서있다고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도 뿌듯했다.
베네치아는 밀려드는 관광객을 줄여볼 량으로 별도의 입도세를 받는다. 하지만 수백만 원을 들여 집을 떠나는 여행객에겐 몇 유로정도 입도세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어 보인다. 오히려 관광인파가 몰리는 곳마다 몰래 잠입해 관광객의 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는 소매치기가 더 위협적이고 여행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이전에 비행 유럽의 유명관광지에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는 원인은 코로나 시기에 전 세계가 마구잡이로 풀어낸 통화량 때문이지 않을까?
2. 인플레이션은 여행비용에도 예외가 아니었네..
COVID-19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볼 때 여행비용도 상당한 폭으로 올랐다. COVID-19 이전에는 물가인상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고, 일부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 연유로 항공권이나 숙박비, 그리고 각종 입장료가 몇 년째 제자리에 머문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로마나 피렌체는 묶음으로 입장권을 팔기도 하고, 돌로미티 리프트 이용권은 해마다 가격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입장권이 올랐는 데도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급행료를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면, 바티칸박물관을 입장하려면 두 시간 전부터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입장권 자체는 17유로에 오디오 대여료 7유로지만 박물관이 지정한 공식적인 급행료가 60유로(?) 정도 되고, 가이드 비용 60유로까지 합하면 거의 18만 원에 육박한다. 더구나 로마를 상징하는 콜로세움을 입장하려면 광클릭을 하거나 온라인 구매가 자주 먹통되는 걸 인내하여야 한다.
3. 그래서 선택한 토스카나 그리고 돌로미티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도심 관광지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토스카나, 그리고 누군가가 표현한 Incredible Scenic Nature! 돌로미티를 이번 여행에 집어넣은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토스카나에서 1박 2일을 농가호텔(Agriturismo)에서 묵었는데 소박한 제철 음식과 과일을 먹으며 조용한 시골 정취에 빠져보았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전원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였다.
더불어 영화 글레디에이터 촬영장으로 많은 관광객들에게 핫스팟인 장소들을 구글에 좌표로 찍어 영화에서 나온 장면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 순간은 정말 짜릿함 그 자체였다.
마지막 행선지인 돌로미티는 2019년 여행계획을 준비할 당시엔 전혀 몰랐던 곳이다. 아는 선배로부터 돌로미티를 소개받아 검색을 하고 나서 다른 곳은 모두 빼더라도 돌로미티는 뺄 수 없다는 강렬한 끌림이 작용한 곳이다. 돌로미티 명소 중에서 필수 방문지를 엄선하여 방문한 우리는 돌로미티 매력에 한없이 빠져들고 말았다. 아내는 나중에 돌로미티에서 한달살기 하러 오자고까지 할 정도였으니....
3. 자유여행? 패키지여행? 결론은 자유여행...
시간이 어느 정도 넉넉하고, 여행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되는 여행지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자유여행을 고집한다. 명소를 콤팩트하게 압축해 효과적으로 다녀볼 수 있는 것은 패키지여행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항공권, 숙소, 이동수단이 단체로 구매하는 데서 오는 경제적 이점도 분명히 있다. 유럽 여행을 패키지로 다녀본 경험은 없지만 여행사가 판매하는 상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자유여행에 비해 불리한 점은 이동 동선의 제약 외에도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렴한 상품일수록 숙소가 도심지 외곽에 있어 이른 아침 트레비분수를 방문해 호젓하게 우리만의 사진을 찍는다거나, 늦은 저녁시간 스페인계단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날씨에 무관하게 패키지여행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돌로미티에 들어간 날과 그다음 날은 날씨가 궂고 기온이 마저 싸늘해 트레치메를 갈 수가 없었다. 우리는 돌로미티 방문기간 중에서 날씨가 가장 화창한 날을 골라서 방문하였다. 패키지여행이었으면 자칫 방문을 포기하거나, 아우론조산장 근처에서 구름에 감춰진 트레치메를 아쉬움과 함께 보지 못하고 내려와야 한다. 비용면에선 노팁, 노옵션 상품과 비교할 때 자유여행이 다소 저렴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두 사람 14일간 지출한 비용이 대략 8백만 원이 정도였다. 친구 부부가 이태리 노팁 노옵션 10일 상품을 거의 9백만 원을 넘게 여행사에 냈다고 한다. 물론 현지식을 어떻게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자유여행 비용은 더 오를 수도 있다. 어쨌든 결론은 자유여행이다.
'지구촌 구석구석 >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12일차, 돌로미티 심벌이자 No1픽 트레치메를 가다 - 2 (2) | 2024.08.31 |
---|---|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12일차, 돌로미티 심벌이자 No1픽 트레치메를 가다 - 1 (2) | 2024.08.29 |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11일차, 돌로미티 숨은 보석, 브라이에스호수 그리고 산타 막달레나교회 뷰포인트 (1) | 2024.08.26 |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10일차, 슈퍼섬머카드 하루권으로 알차게 세체다, 알페 디 시우시와 라가주오이를 돌다. (0) | 2024.08.15 |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9일차, 왜 돌로미티를 위해 남부투어를 포기하고, 나아가 다른 일정마져 축소하였나 (0) | 2024.07.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