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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아메리카

2014 미서여행 엿새째, 나바호부족의 성지 모뉴먼트밸리에 서다

by 노니조아 2020.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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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seneck Park에서 도착했을 때부터 바람의 세기가 무척 강하다. 강한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모래먼지가 회오리가 되어 지표를 한바탕 쓸고 빙그르르 하늘로 올라가다 흩어진다.

   저 멀리 모뉴먼트를 상징하는 바위와 돔이 보이는 쭉 내리뻗은 도로에 사진을 메고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길가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자그맣게 마련되어 있어 우리도 차를 세우고 한 컷 얻었다. 사실 모두 내려 도로 한복판에서 점프하는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소였다.

 

네시가 다되어 예약한 호텔 The View에 도착했다. The View 호텔은 인디언 나바호부족이 직접운영하며, 2008 년 12 월에 문을 열었다. 3 층 95 실 규모로 모든 객실에서 모뉴먼트 전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으며, 방마다 발코니가 달려있다. 맨 윗층에는 별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식당과 기념품을 파는 샾도 구비되어 있는 모뉴먼트 공원내 유일한 호텔로 성수기 예약은 3개월 전에 하지 않으면 방을 구하기가 어렵다.

 

여장을 풀고 식당 앞에 있는 넓은 테라스에서 세개의 기둥인 Merrick Butte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어찌나 바람이 센지 그만 카메라가 얹혀있는 삼각대가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렌즈 자동촛점은 이상없는데, 거리조절 조리개가 고장나버렸다. 삼각대 가운데 봉에는 낚시바늘같은 고리가 붙어있어 오늘처럼 바람이 센 날에는 고리에 무거운 가방들을 매달아 삼각대 무게중심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용도인데 이를 무시하다가 변을 당하고 말았다. 울릉도에서 카메라를 바다에 수장시킬 때도 오늘과 똑같은 실수였는데...

 

모뉴먼트 밸리 (Monument Valley)는 유타주 남동부와 아리조나주 북동부에 걸쳐있는 콜로라도 고원 (Colorado Plateau) 지역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나바호부족 공원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으로, 인디언 자치구역 (Navajo Nation Reservation)이다. 적색사암인 메사 (Mesa)와 뷰트 [Butte: 메사가 침식되어 더욱 작아져 고립된 언덕]가 대평원 위에 늘어선 말로 형용 하기 힘든 이 독특한 사막의 풍경은 5천 만년의 긴 시간동안 바람과 비, 온도등이 고원의 표면을 다듬고 깎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위대한 자연의 창조물이다.

 

끝없는 붉은 황무지의 대평원에 치솟은 거대한 암석기둥, 깎아낸듯이 수직으로 뻗은 절벽과 절벽, 지속적으로 불어대는 뜨거운 붉은 먼지 바람, 물한방울 없는 절대사막, 죽음의 땅이자 저주받은 지옥의 땅으로 여겨지는 이곳은 백인과 싸움에서 패해 쫒겨 다닌 나바호 인디언들의 조상의 선혈이 배어 있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불행한 역사가 기록된 역사의 현장이자 나바호 인디언들의 ‘숭고한 성지’이기도 하다.

 

나바호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는 1860년대 아메리카 합중국의 인디언 섬멸작전이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벌어진 많은 전투에서 나바호의 전사들이 대부분 섬멸되고 대규모 포로들이 뉴멕시코 주의 합중국 포로수용소로 장장 560km 거리를 비참하게 맨발로 끌려 갔다.

 

당시 합중국 대표이던 셔먼 (Sherman) 장군은 이들에게 3가지 선택권을 주었는데, 동부의 비옥한 초지, 포로수용소 근처 목초지, 그리고 연 강우량 8인치도 되지 않는 백인들에게는 불모의 땅, 죽음의 땅으로 여겨졌던 황무지 모뉴먼트 밸리였다. 이 협상에서 나바호족들은 서슴지 않고 그들에게는 조상들이 점지한 성지인 이 곳을 선택하였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가 동부에서 이곳까지 달려오는 장면으로도 유명하다.

 

공원안에 투어코스를 따라 한바퀴 돌기 위해 차를 몰고 내려갔다. 도로는 포장이 되어있지 않아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 울퉁불퉁한 노면으로 인해 여간 불편하지 않을거 같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함께 제공되는 지도를 보며 공원 안에 코스를 돌았다. 코스 중간중간에 있는 View point에서 나바호 부족이붙인 이름을 확인하여 보았다.

 

Mitchelle Mesa 와 세자매, Mittens and Merrick Butte, Artist Point 그리고 Notrh Window까지 돌아보는데 대략 한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중간중간에 나바호 주민이 민든 민속기념품도 가판대 우에 올려놓고 팔고 있었다. 사실 아내는 모래바람이 너무 불어대니 거의 차안에서 나오질 못해 나와 아들만 재미를 봤다.

 

숙소로 돌아와 이 곳의 대표적인 세개의 암석기둥을 볼 수 있는 호텔 뷰포인트에서 붉은 색깔로 채색된 일몰광경과 Mittens 기둥 오른쪽으로 찬란히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 모두를 감상하는 영광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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