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왕버드나무, 그리고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06년 11월 중순 주왕산을 가려는 계획에 더하여 주산지를 집어넣었다. 겨을로 들어서는 길목엔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해지면서 수면 위로 살그머니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날씨가 차가운 새벽에 가야만 볼 수 있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주산지는 단풍이 빛을 잃어가는 초겨울에 가야만 주산지가 내어놓는 멋과 맛을 제대로 만져볼 수 있다. 해가 떠오를 무렵에 왕버드나무를 감아도는 물안개와 버드나무가가 수면 위에 드리워 누운 반영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물안개 속으로 퍼지는 햇살을 잡아볼 수 있으면 더 없는 행복..
새벽에 서두른 보람이 있어 짙게 피어 오르진 않았어도 물안개가 아주 조용히 수면 위로 자라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면 금방이라도 도망치고 없어질 정도로..
추운 걸 싫어하지만 함께 온 아내와 기념 샷을 남기고..
땅 속이 아닌, 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왕버드나무는 저수지가 축조된 지 200년이 흘렀으니 왕버드나무 연세(?)가 벌써 200살을 넘게 드셨네.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누워버린 나무 위로 수풀이 자라나고 있다. 넘어져 누워있는 나무에서 수액을 받아먹으며..
호수 너머에 있는 나무는 아직도 잎이 풍성한데, 버들 가지엔 잎새가 모두 떨어지고 뼈만 앙상하다. 과연 아직도 생명을 부지하고는 있는지..
수명을 다한 나무는 빈 가죽을 물 위에 드리우고 있다.
햇살이 내리비추기 시작하자 물안개는 슬그머니 꼬리를 거두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른 아침 주산지에서 시간을 마무리 하면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국내 여행지 1001' 에 소개된 주산지에 대한 정보(퍼옴)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한층 더 유명해진 주산지는 예전부터 사진작가들에게 빼어난 촬영지로 알려진 명소다. 저수지에 자생하는 150년 수령의 왕버들과 능수버들이 물 위에 떠 있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사계절 독특한 풍광을 보여주며 여행객을 유혹한다. 이 저수지는 농업용수를 댈 목적으로 조선 경종 원년인 1720년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인 1721년에 완공하였다.
저수지를 만든 이후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고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주산지에서 동제를 지낸다. 이전리 사과밭을 지나 관광지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조용한 도로를 따라가면 보석처럼 숨어 있는 주산지를 만나게 된다. 잘 가꿔진 산책로를 따라 굴참나무, 굴피나무, 망개나무들이 서 있고 100여 미터의 제방을 지나면 드디어 주산지가 나타난다. 물 위에 비친 왕버들 그림자가 마치 물속에 또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듯하여 초록의 물속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을 만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산책로 끝에 만들어진 수변 데크에서 주산지의 전체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200년 전에 저수지가 만들어졌다면 이 왕버들의 수령은 얼마일까 상상할 수도 없다. 왕버들의 당당하면서도 고풍스런 모습과 초록의 물빛이 마음을 사로잡아 오래 머물게 된다. 영화의 세트장으로 주산지 위에 신비로운 모습으로 떠 있던 사찰은 철거되어 볼 수 없으나 주산지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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