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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소풍가는 길

[랜선기행] 향일암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너무나 소박했다.

by 노니조아 2020. 4. 21.

어제의 고단을 뒤로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은 이미 많은 인파로 채워져 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앞사람 뒤를 따라 대열 속도에 맞추어 걸었다. 오르는 중간중간 바다쪽으로 눈길을 보내니 붉은 기운이 서서히 하늘과 바다에 드리워지고 있다. 가쁜 숨으로 헐떡일 무렵 드뎌 향일암 마당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대웅전 앞마당은 이미 많은 분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새해를 맞이하러 여기에 오신분들은 저마다 가슴에 손을 모으고 헤가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분들은 저마다 소원을 가슴에 담고 저렇게 서있을 것이다. 나는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가족의 건강 그리고 미국에 유학중인 아이들의 무사함을 빌어볼 참이다. 해무가 잔뜩 채워진 수평선 위로 수줍은 듯 새해다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새해에 떠오르는 해는 자못 힘차게 바다를 뚫고 솟구치듯 떠올라야 제맛인데 오늘 맞이하고 해맞이는 두껍게 내려앉은 연무을 헤쳐나오기가 힘겨운가보다. 수평선에 그 모습을 반쯤 드러낼 즈음, 나도 준비한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말갗게 떠오르는 새해처럼 올 한해 우리 가족 모두에게 항상 새롭게 늘 즐거운 날만 함께 하길 빌어봅니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다. 소원을 빌어보는 사이 해는 벌써 수평선 벗어나 덩그러니 하늘로 하루 여정을 시작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것같다. 처마에 매달린 풍경 뒤로 오늘 내가 맞은 새해는 제 길을 가려는 듯 위로 위로 제 길을 재촉한다.

향일암을 뒤로 하고 기왕에 시작한 산행이라 금오산 정상까지 내쳐 올라가보기로 하였다. 향일암에서 대략 700m 정도만 힘을 쏟으면 닿을 수 있어 별반 어려움없이 오를 수 있다. 향임암에서 100여미터만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면 이내 시원한 능선길이 나와 확 트인 조망과 함께 개운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한바퀴 휘~~ 둘러보았다. 짙게 덮여있던 연무도 햇살을 이기지 못하고 어디론가 휭하니 달아나버려 사방은 다사로와보이는 햇살로 그득하다. 푸르른 남해바다 속으로 되돌아 가려는 거북이 모양을 한 향일함 어항이 내려다보인다.

2007년 해맞이 일출여행은 수줍은 해를 맞아 우리 가족 모두도 소박하고 내실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하며 하산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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