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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제주올레4코스] 올레길 3코스에서 대통령선거를 위해 신성한 한표를 행사

by 노니조아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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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4일 표선초등학교에서 대통령 선거를 위해 사전투표를 하다...

두모악을 떠나 보리밭 길 사이로 이어지는 올레길을 걸었죠. 시원한 바람에 바닷내음이 묻어나는 걸보니 바다가 가까워집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에 연해있는'신풍리 바다목장'이 우리를 반깁니다.

끝없이 하늘로 뻗어올라간 야자수나무가 목장 주변을 에워싸 도열해있고, 드넓게 펼쳐진 푸르른 목장에는 노란색 꽃들이 지천이다. 벼랑아래 바다에서는 연신 파도가 달려와 부서진다. 우리는 꽃들이 조밀한 자리에 엉덩이를 비비고 앉아 이 광경 속에 잠겨보기로 했다. 오늘따라 하늘엔 엷은 구름마져 해를 살포시 가려주어 시린 분을 편하게 해준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에 한없이 이 광경에 빠져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 푸근한 풍경을 뒤로하고 바다목장을 가로질러 가던 길 위로 서둘렀다. 하지만 시선은 연신 뒤를 돌아보며 아쉬움을 한 줌씩 한 줌씩 발자국 위에 떨구었다. 아침을 토스트와 쥬스로 채웠으니 슬슬 배도 고파오기 시작한다. 오늘의 추천메뉴는 표선에 있는 춘자국수다.

 

바다를 끼고 다시 올레길 리본을 보며 한참을 걸었다. 표선해변까지 가야만 우리가 약속한 점심을 먹을 수 있기에 주변의 경치는 대충 지나치고 발걸음을 되도록 빠르고 옮겼다. 이렇게 속보로 올레길을 다니는게 올레길 순례가 맞는걸까? 첫날부터 시작된 이 물음은 이번 여정을 마무리할 때까지 계속해서 자문하게 된다.

하지만 올레길 위를 걸으면서 멋드러지게 지은 도시의 건축물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아름답고 자연풍광이 걷는 내내 이어지지 않을진대, 무조건 천천히 걷는 것도 반드시 순레자의 도의는 아니지 않을까?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혹은 이야깃 거리를 담고 있는 마을 오솔길은 천천히 걷거나 한참을 머뭇거릴 필요가 있지만, 그저 그런 아스팔트길은 빠른 걸음으로 가는게 건강도 챙기고 경치도 즐기는 일석이조 효과라 위안을 삼으며 걷다보니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표선해변이 나온다.

 

우리는 춘자국수집으로 가기위해 울레길을 잠시 벗어날 수 밖에 없다. 춘자국수가 표선읍의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으니 하는 수 없었다. 휴대폰에서 음식점 위치를 검색하여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춘자국수집은 시골 소도시의 자그마한 식당 그이상도 아니다. 메뉴도 양은대접에 말아나오는 잔치국수와 김치 달랑 두가지. 아내는 오전내내 걸어와 먹을게 고작 잔치국수냐며 푸념섞인 불평이 올라오는 걸 참고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올레꾼들이 선정한 맛집이니 지나칠 수는 없지않은가?

 

먹고나니 배도 적당히 찼고 하여 다시 올레길 위로 길을 잡아야 하지만 우리는 특별히 할일이 있다. 신성한 국민의 의무 인 참정권행사가 그것. 제 20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일이 9일 즉, 우리가 귀국(?)하는 날이다. 그래서 제주도에 내려오기 전에 올레길 도상에 있는 사전투표 장소를 미리 검색하여 놓았다. 표선초등학교에 가니 우리같은 올레꾼들도 투표를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이 듬성듬성 눈에 띤다.

 

오전에 서귀포에서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로타리를 건너는데 여기저기 선거벽보며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트럭을 개조한 유세차량 스피커에서는 자당 후보에게 한 표를 보태달라고 왕왕거리며 도로 위를 배회하는 모습도 간간히 목격할 수 있었다. 선거철이 맞았다. 아내는 나이 많이 잡수신 어른들이 행여 자기가 싫어가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까봐 걱정스레 어르신들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차례가 되어 투표용지에 쓰여있는 후보자를 보면서 아주 당연히(?) 찍어주어야 할 후보 이름 옆에 빨간색 기표봉을 눌렀다. 제발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응원하는 후보가 당선되길 빌면서....

 

우리는 다시 올레길 위에 섰다. 표선에서 유명한 해비치호텔을 지나 바다에 연해있는 올레길을 말그대로 주구장창 걸었다. 올레길 4코스는 해안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어가는 약간은 인내심을 요하는 올레길이라 생각될 정도로 상당히 지루한 길이다. 우리는 날도 저물고 해서 남원까지 가는 걸 포기하고 적당히 여정을 끊어 하루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하자 저녁을 맛있게 먹을 식당을 검색하였다. 어제는 흑돼를 먹었으니 오늘 저녁은 회를 먹자고 했다. 어두워지는 길을 바삐 서둘러 "남쪽나라 횟집"을 찾았다.

 

헌데.... 남쪽나라 횟집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횟집으로 내려오던 길에서 보았던 흑돼지집으로 가 어제에 이어 오늘 저녁도 흑돼지 삼결살에 소주 한잔으로 저녁식단을 채웠다. 식당에서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버스 정류소까지 우리는 달기를 했다. 날도 저물고 비까지 내리니 한기마져 느껴진다. 따스한 방안이 그리워진다. 그렇다. 가름하우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잖은가? 이렇게 올레길 3-4코스 두모악, 표선을 거쳐 4코스 중간지점에서 둘째날의 여정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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