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유산알리미/서울 둘러보기

송파둘레길 한번 걸어보네요

by 노니조아 2023. 1. 24.
반응형

제주엔 올레길, 송파에는 둘레길, 서울에는 한양도성길.
설 전날엔 남한산성을 돌아보고 설을 지낸 다음날 송파들레길에 나섰다. 우리 주변엔 걷을 수 있는 길이 많다. 서울 한복판엔 한양도성길이 있고 서울 남쪽 남한산을 두르고 있는 남한산성길이 있다. 그리고 도성길과 산성길 사이에 송파둘레길이 있다.

한양도성길은 18.6km, 산성길은 7.7km 그리고 송파둘레길은 21km. 한양도성길은 한양도읍에 맞게 4대문과 내사산을 이어 걸어야 하는데 송파둘레길은 성내천, 탄천, 장지천 3개의 개울과 한강을 따라 걷는다. 그다지 볼만한 풍광이나 역사적 유물은 없고 마을의 내력과 소소한 이야기가 스며있는 길이다.

오늘은 장지천-탄천-한강-성내천으로 이어지는 시계방향으로 돈다.
지난해 지방선거가 있던 날, 선거 예상이 내가 바라던 것과는 거꾸로 나타날 거같은 마음에 그냥 송파둘레길을 걸었다. 늦은 시간에 출발해 결국 완주는 못하고 가든 파이브에서 멈추었다. 오늘은 그때 남겨둔 장지천코스부터 시작한다.

남한산 북서쪽 계곡에서 한강으로 흐르는 성내천은 마천사거리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천동을 가로지르는 성내천은 산성등산로 초입부터 사거리까지 복개되어 도로 아래로 흐른다. 성내천이 시작되는 곳에서 출발해 송파둘레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장지천코스로 방향을 잡으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아래로 이어진다.

둘레길인증을 받으려면 역시 스탬프를 찍어야
도로를 벗어나 숲길로 접어들기 전에 스탬프 포스트가 서있다. 포스트에서 인증용 수첩을 하나 꺼내 장지천코스 인증란에 스탬프를 꾹~ 누르고 본격적으로 둘레길 완주를 위해 출발!

장지천구간은 둘레길중에서 유일하게 언덕받이가 있다. 장지동근린공원이 외곽순환도로 방음벽과 나란히 송파IC쪽으로 이어진다. 공원 안에는 산책로, 체육시설등을 갖추고 시민들의 휴식을 돕는다. 특히 공원 시작과 함께 나타난 메타세콰이어길은 멋스러움까지 풍긴다.

그리고 이야기도 곳곳에 숨어있다. 엊그제 남한산성길 위에서 자취를 더듬어본 서날쇠의 역사 속 모티브가 되준 서흔남의 설화를 말해주는 표지를 발견한다. 피난가는 인조를 업고 산성으로 한달음에 갔다는 얘기가 승장원일기이 나온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천한 대장장이지만 김상헌에게 충직한 수하역할을 한다.

탄천의 유래를 알게되다.
단천이라는 명칭은 다음과 같은 전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먼 옛날에 옥황상제가 삼천갑자를 산 동방삭이 이 하천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잡기 위해 사자를 시켜 탄천에서 숯을 씻도록 하였다. 사자는 옥황상제가 시킨 대로 탄천에서 숯을 씻고 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동방삭이 광경을 보고 하도 이상하여 "왜 숯을 물에 씻고 있는냐“고 물었다. 사자가 대답하기를 "검은 숯을 회게 하려고 씻고 있다" 고 하니.

동방삭이 크게 웃으며 "내가 지금까지 삼천갑자를 살았건만, 당신같이 숯을 씻어 하얗게 만들려는 우둔한 자는 보지 못하였다"라고 하였다. 이에 사자는 이 사람이 동방식임을 알고 그를 사로잡아 옥황상제에게 데리고 갔는데, 이때부터 이 천을 탄천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장지천에서 탄천과 만나는 지점에서 한강합수부까지 탄천은 송파구와 강남구의 경계가 된다. 송파둘레길이 조성되기 전에는 강남구쪽 자전거도로가 양쪽 구민들의 산책로 역할을 하였다. 송파구가 둘래길을 조성하느라 제방을 이전보다 더 튼튼하게 준설하게되는 이중 효과를 가져왔다. 7km가 넘는 탄천길은 걍 걷는데 충실할 수밖에 없는 단조로운 길이다.

인증스탬프 포스트 위치가 바뀌었네
탄천구간 스탬프 포스트와 한강구간 포스트가 원래 위치에서 한참 벗어난 곳으로 이전하였다. 인증수첩에 표시된 탄천교아래 숯내광장에 있어야 할 인증포스트는 한강쪽으로 3키로 내려간 숯내전망대로 옮겨졌다. 한강포스트는 탄천합수부에서 성내천합수부로 옮겨졌다. 지난 여름 장마에 지대가 낮은 곳에 세운 두 곳의 포스트가 유실되었나보다. 이건 순전히 내 추측.

다소 지루한 탄천코스는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서 끝난다. 이 코스에 매점도 없고, 이렇다할 공원도 없다. 그저 묵묵히 인내심을 갖고 걸어야만 하는 코스다. 한강합수부에서 삼성동을 바라본다. 10년 후 삼성동의 스카이라인이 어떤 모습일꺼? 현대차가 상식에 없는 투자로 한전부지를 매입해 현대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초고층이냐? 복합타운이냐? 이제는 세간의 관심도 멀어진 상태. 이 추운 날씨에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에겐 그저 흐르는 새월이나 걸리길 바랄뿐.

한강의 옛모습이 지금과 같았을까?
한강구간은 탄천합수부에서 잠실철교 아래 성내천합수부에 이르는 3.4km로 둘레길의 가장 짧은 구간이다. 지금은 넓은 강폭에 오로지 유람선만이 몇 안되는 승객을 싣고 한바퀴 돌고 와 다시 내린다. 구한말 보부상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객주에 보면 송파장이 크게 성행하여 송파나루와 뚝섬나루를 드나드는 크고 작은 배들로 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지도에서 보면 천호에서 강이 갈라져 신천강과 송파강으로 갈라져 흐른다. 잠실은 두 강 사이에 갖힌 섬이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 신천강보다는 송파강이 자주 등장한다. 강원도 등지에서 한강을 따라 배에 물자를 싣고 내려온 상인과 선주들이 송파 객주에서 여장을 풀었으니 송파강과 송파나루는 교통요충지인 셈이다.

성내천구간은 송파구의 자랑
둘레길 마지막 구간이다. 다리에 피곤이 서서히 올라온다. 성내천 제방길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이 가장 멋지다. 올림픽공원에 이르는 1.5키로 구간은 올림공원과 함께 풍납동과 잠실에 사는 주민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산책로가 되고 있다.

성내천을 복원해 수달이 다시 찾아오고 오리가 먹이를 찾으러 물속으로 자맥질하는 모습은 아예 일상이 되었고, 천변에 마련된 데크나 물놀이 시설은 어린이들에겐 여름 피서지를 제공한다. 뜬금없이 솟아있는 롯데타워와 올림픽공원의 넓은 잔디, 공원 안에 체육시설과 공연장은 서울 시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올림픽공원과 오금동을 지나면서 오늘 둘레길 완주도 마무리되어간다. 나이를 한살 더먹은 설 다음날 송파둘레길을 한바퀴 돌며 지난해보다 더 완숙한 모습으로 한해를 보내자 다짐해본다.

벚꽃이 만발해지는 4월 초입에 다시 한번 둘레길에 나서기로 하면서 송파둘레길 산책을 마무리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