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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알리미/서울 둘러보기

찌는 더위에 한양도성 순성은 무리였다!!!

by 노니조아 2023.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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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란이 발발한 6.25일 순성길에 오르다.
새해가 열리던 날 내게 한 약속이 있다. 해마다 가을에 지리산 종주를 하고, 봄과 가을에는 남한산성과 북한산성 종주를 하기로 하자. 그리고 매 분기 끝자락엔 한양도성 순성놀이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지난해 마지막 날에도, 지난 3월 마지막 날에도 순성길을 걸었다. 그리고 하지가 지난 오늘,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불볕더위 속을 뚫고 순성길에 오른다.

순성놀이 들머리는 대개 동대문에서 낙산으로 오르거나, 서대문에서 인왕산으로 잡는데 오늘은 숭례문에서 남산으로 올라보려고 한다. 어제 밤을 꼬박 세우고 여명이 밝아올 무렵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 첫번째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서울역으로 간다. 첫번째 운행하는 버스에도, 지하철에도 좌석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휴일 이른 아침인데도 어디를 가시려고 분주히 집을 나섰을까???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옛 서울역사

서울역에서 시작하는 순성놀이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내렸다. 남대문 방면 계단을 따라 땅 위로 오르자 일제강점기부터 버티고 서있는 옛 서울역사가 아침햇살을 받고 서있다. 역사 오른쪽에 두루마기 차림으로 서있는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아! 저분이 바로 그분이구나!!!’
하고 바로 떠오른다. 소설 토지에서 유일하게 실명으로 등장하는 강우규의사. 순성길을 완주하고 돌아오는 길에 꼭 인사를 올리자고 다짐하며 남대문으로 발길을 돌린다. 

남대문 앞에 있는 순성길 인증박스에서 지도를 한장 꺼내 숭례문 위치에 스탬핑으로 순성길 출발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무사히 완주할것을 다짐해본다. 지금 시각이 아침 7시, 대략 오후 3시 전후 즈음해서 여기에 당도하지 않을까? 관건은 3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을 그늘이 하나도 없는 인왕산코스를 맹렬히 내리쏘는 뜨거운 햇살을 뚫고 백중시간에 걸어야 한다!!

인증용 사진이 필요한 4곳 중 하나, 남산 봉수대

한양도성 완주를 인증받으려면?
한양도성길 20키로 전구간 완주하면 한양도성박물관에서 완주인증서와 뱃지를 받을 수 있다. 뱃지는 계절별로 색깔을 달리하여 제공하는데, 4계절을 모두 완주하면 메탈로된 뱃지를 준다. 

완주 인증을 받으려면 4곳의 지정된 스탬프 장소에서 지도에 스탬핑을 하고, 4곳의 지정된 장소에 본인이 들어간 사진을 찍어 인증서 수령 장소에 가서 제출하면 된다.

4곳의 스탬프 장소는 한양도성에 세워진 각 4대문 앞에 스탬핑 포스트가 있다. 그 곳에서 스탬프용 지도도 얻을 수 있고, 포스트에서 스탬프도 찍을 수 있다. 지도에 스탬핑하는 방법 말고도 어플에서 인증받는 방법도 있다. 순성길을 나서기 전에 스마트폰에서 한양도성 어플을 내려받으면 된다. 4대문을 지날 때 어플을 열고 스탬프투어 메뉴를 클릭하면 모바일 스탬프 인증을 알아서 해준다.

한양도성은 크게 내사산을 기준으로 4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4곳의 지정된 장소는 바로 각 구간의 정상에 위치해 있어 인증을 받으려면 어쩔 수없이 한양도성의 내사산 정상을 밟아야 한다. 북쪽의 백악구간은 백악산 정상 아래에 서있는 청운대 표지석이고, 인왕산구간은 인왕산 정상의 삿갓바위다. 남산구간은 남산타워가 있는 정상의 봉수대가 되고, 낙산구간은 낙산공원에서 성밖 길로 가는 곳에 있는 '낙산공원' 입간판이다.

인왕산 삿갓바위에서 내려다 본 도성과 서울 중심가

도상 거리는 18.6km이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21키로 정도이고, 대략 6시간에서 7시간 가량 걸린다. 봄과 가을 쾌청한 날씨에 도성길을 걸으면서 서울 도심과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시간은 어느 여행코스보다 아름답고 유쾌해진다. 특히 낙산코스를 마지막 구간으로 계획하여 순성하면, 해질 무렵 낙산공원의 어느 카페에 않아 도심 너머로 지는 아름다운 일몰은 따스한 커피와 함께 하는 젊은이를 많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숭례문에서 출발하면 남산 백범광장을 지나 봉수대가 서있는 정상까지 계속되는 오르막 길이다. 더구나 오르막길은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아침운동 삼아 산책을 나온 분들이 많다. 후끈거리는 날씨로 이미 온몸이 땀으로 젓어버렸다.

찌는 더위에 사서 고생을 왜 하는걸까?
그동안 세번 도성길 완주를 마쳤다. 한여름 날씨 아래서 순성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나 순성길 중에서 그늘진 구간은 백악구간하고 여기 남산구간 밖에 없다. 나머지는 인왕산처럼 암봉이거나 도심지를 걸어가는 구간이다. 남산 정상에서 국립극장 방면으로 내려가다보면 산중턱에 우뚝 솟아있는 전망대에서 부터 남산순환도로와 만나는 지점까지 695개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지리산 화개재로 내려가는 계단 만큼이나 길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분들은 숨을 헉헉이며 올라온다. 그동안 걸어본 순성길은 국립극장 아래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곧바로 반얀트리 호텔 안으로 난 길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남소문이 서있던 자리를 지금도 지키고 있는 남소문 표지석을 지나치게 된다. 

남소문은 한양의 사소문에도 들지 않는 문이다. 지금도 남소문을 지나는 것은 한남동과 장충단 사이 고개를 넘나드는 자동차 행렬이 대부분이다. 도성길에서 잠시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고개마루에 표지석 하나만 남겨지다 보니 일반인의 시야애서 자연스레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세조는 한강나루에서 도성으로 넘어오는데 광희문은 너무 돌아오게 되어 남소문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세조의 장자인 의경세자가 남소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되자 풍수를 주장하는 신하의 상소를 받아들여 문을 걸어잠군 뒤로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신라호텔을 끼고 걷는 성안길에 붉은색을 한껏 뽐내며 피어있는 원추리가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담장 안으로 눈을 주면 신라호텔 산책로 곳곳에 조각상이 보인다.

광희문과 동대문

한양도성을 완전히 복원할 수 있을까?
신라호텔부터 동대문까지 구간엔 광희문이 서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성곽은 보이지않고 주택가 사이로 난 도로에 순성길 표지만 보인다. 군데군데 밀집된 주택가 축대나 담장에서 성체에 쓰인 성돌을 유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다. 정릉길과 이곳 신당동의 옛 성벽길 복원은 사유재산에 대한 국가의 매입이 난제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한양도성을 옛모습을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낙산의 등뼈를 이루는 낙산성곽길에 올라섰다. 내리쬐는 햇살을 피하느라 양산을 받쳐쓰고 천천히 올라가는 외국관광객들을 이따금 마주치게 된다. 낙산은 해질무렵에 올라와야 멋스러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가도 부질없는 오지랖이 아닐가 하여 그냥 내 갈길을 간다. 여전히 땀이 비오듯 한다. 낙산 성밖길은 도성 축성의 시기별 구분을 명확히 알수 있을정도로 잘 보여준다. 다만 태조가 처음 축성할 당시의 성곽 모습은 여기서 찾아볼 수 없고, 세종조와 숙종, 순조 때에 각각 개축한 모습이 시대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혜화문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내던 성곽은 이내 끊어지고,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에서 경신고등학교까지 구간은 신당동처럼 성곽이 교회나 학교의 축담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경신고등학교 뒷담에서 성북동으로 나가는 길에 왕돈가스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 아침도 건너뛰었기에 늦은 아침겸 점심 요기로 돈까스를 주문해본다.

문이 세워지고 거의 닫혀있던 숙정문과 완주 인증 장소인 청운대

숭례문에서  시작은 오늘의 순성놀이가 백악구간에 들어서면서 녹녹해보이지 않는다. 발걸음은 자꾸 느려지고 땀에 절어버린 몸은 천근이다. 성북동에서 와룡공원까지 오름구간은 숨이 턱에 받치고, 갈증으로 자주 물을 찾게된다. 말바위 안내소를 지나 숙정문에서 한동안 땀을 들이고 출발하는데 허벅지와 장딴지에 자꾸 쥐가 올라오려는 조짐이 나타난다. 가급적 천천히 다리에 힘이 덜 가도록 걸어오르는데 점점 더 심각해진다. 하는 수 없이 청운대에서 아예 신발을 벋고 그늘에서 긴 시간 휴식을 가져본다.

그리고 결정한다. 오늘 순성은 창의문에서 마감하기로.... 창의문에서 인왕산을 넘어 숭례문까지 구간은 다음으로 미룬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어김없이 올라오는 근육경련을 참고 가기엔 너무 무리다. 백악산 정상을 넘어 내려오는 계단에서 바라보이는 인왕산 성곽 줄기에게 다음을 약속하고 오늘 순성놀이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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